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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칼빈, 나의 오마쥬!
이름
한신영
등록일
2017-09-14

 

칼빈, 나의 오마쥬샘물학교
 
한신영
[그와 그녀 사이에서]
 
 
    어디선가 낯선 곳에서 강의를 할 때면, 자주 읽어주던 그림책이 있다. 도서관이라는 그림책이다. 주인공인 엘리자베스 브라운처럼 책을 가까이 하고 책을 사랑하고 싶다면서 그림책을 읽어주고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본다. 책의 주인공만큼은 아니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공통점 하나 붙들고 마치 내가 그녀인 마냥 소개를 한다. 다행인 것은 엘리자베스 브라운이 안경을 썼고 예쁘지도 않고 뚱뚱하지 않고 가끔씩 일어나는 주인공의 엉뚱한 행동을 보면서 사람들은 나와 닮았다고까지 해 준다. 기쁨이고 영광이다. 그런데, 요즘 누군가 강의를 요청해서 나를 소개할 일이 있다면 고민이 된다. 지금의 상태, 마음을 전해줄 메신저로서 엘리자베스 브라운이 아닌 또 다른 사람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 소리를 듣는 동시에 그를 따르는 추종자들은 화를 낼 지도 모르겠다. 기독교 역사에 길이 남을 칼빈 선생님, 칼빈 목사님을 감히 자신의 소개에 사용하겠다고 하면서 말이다. 그래도 나는 그들에게 할 말 하나는 갖고 있다.
 
 
 [칼빈과 제네바 교회 vs 나와 샘물학교]
 
  칼빈 목사님의 이야기를 적은 지면에 모두 쏟아낼 수가 없다. 그래도 칼빈의 제네바 교회 이야기를 짧게나마 소개하고자 한다. 칼빈의 목회는 1차 제네바 교회, 스트라스부르에서의 목회, 다시 2차 제네바 교회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지면에서 주목하고 싶은 시기는 1, 2차 제네바 교회에서의 목회다. 1차 때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겠다. 칼빈이 제네바로 처음 왔을 때 도시의 상황은 엉망이었다. 교회 안에 성상과 제단을 없애는 등 종교개혁을 시행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제네바 교회 신자들은 로마교회의 신앙생활과 크게 변하지 않았고 여전히 그들의 삶은 경건한 모습이 아니었다. 또한 교회 안팎으로 칼빈의 교리에 반대하는 세력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빈은 다른 주변의 종교 개혁 도시와 비교하여 과감하게 종교개혁을 시행하였다. 목사들의 치리권, 전시민의 신앙고백 서명 등 새로운 교회 조직을 위한 규칙을 제안하고, 시편찬송을 부르고 성례와 혼례법의 재정비도 시도하였다. 그 과정에서 제네바 의회와의 계속적인 부딪힘이 존재하였고 칼빈의 종교개혁에 반대하는 세력의 힘도 거세지면서 교회 개혁이 쉽지 않았다. 결국, 의회는 교회 설교권에 대한 직접적 제재 조치와 부활절 성찬 불참 등으로 칼빈을 제네바에서 추방하였다. 제네바 교회의 추방 결정이 칼빈 자신에게 얼마나 슬프고 힘든 일이었는지 그 당시의 글들을 읽어보면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자신의 목회 사역을 실패로 인식하며 하나님이 명확하게 불러주실 때까지는 교회와 관련된 일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까지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칼빈 목사님과 제네바 교회에 행하신 하나님의 시간과 일하심의 방식은 사람이 생각 하지도 않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칼빈의 추방 이후 교회는 혼란에 빠지면서 3년이 지난 후 칼빈을 다시 부르기로 결정한다. 교회의 초청 편지를 받은 그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얼마나 복잡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여러 감정을 뒤로하고 복음 전파와 교회를 위한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서 어떤 순종을 해야 하는가를 기도하며 고민하였다. 제네바 교회에서의 아픈 기억들, 상처들, 힘든 상황들, 그리고 자신의 연약함의 기억이 있지만, 그 유명한 말 나의 마음을 주께 즉시 신실하게 드립니다(I offer my heart to you, Lord promptly & sincerely).” 라는 고백을 하며 제네바 교회로 돌아가기로 결정하였다. 드디어 2차 제네바 교회의 목회 사역이 시작되었다. 그는 말씀을 바르게 해석하여 가르치고 신자의 삶의 변혁을 위해 애를 쓰며 현실문제에 대한 실제적인 성경적 답변을 제공하면서 교회 개혁뿐 아니라 제네바 시 전체에 개혁의 바람이 불게 하였다.
   여기까지 칼빈 목사님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대단한 칼빈 목사님과 공통점이 있다면서 감히 비교하다니! 칼빈 목사님의 추종자가 아니어도 화를 낼 수도 있겠지만, 서두에 말한 것처럼 나도 할 말 하나를 갖고 있다. 칼빈과 제네바 교회와 감히 비교할 수 없지만, 나와 샘물학교에 보여주신 하나님의 일하심과 섭리에 대한 고백이다.
 
HC#27 하나님의 섭리란 무엇입니까?
: 섭리란 하나님의 전능하고 언제 어디서나 미치는 능력으로 하나님께서 마치 자신의 손으로 하듯이 하늘과 땅과 모든 피조물을 여전히 보존하고 다스리시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잎새와 풀, 비와 가뭄, 풍년과 흉년, 먹을 것과 마실 것, 건강과 질병, 부와 가난, 참으로 이 모든 것이 우연이 아니라 아버지와 같은 그의 손길로 우리에게 임합니다.
 
초창기 샘물학교의 기초를 닦고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학교의 토대를 만들고 다소 과격한 용기 있는 정책을 펼치면서 이제야 말할 수 있지만 쉽지 않은 시간들이었다. 부모들과 교사들의 반대의 소리들도 많았고 주위의 우려의 소리도 많았다. 그와 동시에 기쁨과 감사의 고백도 많았다. 개인의 부족과 공동체의 부족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우리들의 기쁨과 감사의 고백을 따라 학교를 붙들어 오셨고 학교는 12년째의 시간을 맞고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1대 교장을 끝내고, 다시 6년 만에 학교로 돌아왔다. 하나님의 인도와 일하심이라는 것 외에는 설명이 안 되는데 그동안 학교를 지켜온 학생들, 교사들, 부모들에게 감사할 뿐이다. 나 역시 학교로 다시 초청을 받았을 때 칼빈 목사님이 머릿속을 지나갔다. 목사님이 제네바 교회로 다시 초청을 받았을 때 이런 복잡한 기분과 감정이었을까? 목사님이 그렇듯이 나 역시 할 수 있다, 없다도 아닌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서의 선택이 중요했다. 그 결과 나의 직함은 샘물학교 1대 교장이 아니라 샘물학교 4대 교장 한신영이다.
 
  [샘물학교 되기-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샘물학교]
 
   칼빈은 목회 사역을 통하여 종교개혁의 진리들을 종이 위에 담아내고 재발견한 하나님의 말씀을 바르게 해석하여 신자들에게 가르치며 진리의 말씀이 어떻게 삶의 모든 영역에 미치는가를 해석하며 살아갔다. 교회법을 개정하여 지상의 바른 교회를 세우고, 많은 책들을 저술하며 강의를 하고 이단자들과 논쟁을 하며 주의 말씀을 바르게 세워가는 일을 끊임없이 해 갔다. 늘 약한 몸으로 움직이는 병원과 같은 그였지만 끝까지 하나님의 부르심의 길을 간 신앙의 선배이다. 단호한 투사와 같은 날카로운 이미지로 칼빈을 바라볼 수 있지만, 그에 관한 글과 전기를 읽어보면 따뜻한 마음으로 성도를 돌보는 목자 역할을 감당했던 자였다. 특별히 칼빈이 제네바로 다시 돌아와서 교회를 개혁하는 태도를 보면, 진리 앞에서의 원칙은 확고하게 사수하려 하였지만, 그것을 전하고 설득하고 교육하는 방식은 부드러움이었다. 학교를 리드해가는 교장으로서 확고함과 부드러움의 방식을 잠잠히 묵상해본다. 확고함과 부드러움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하나님의 시간을 기다리며 바라볼 수 있는 믿음에서 오는 것이며 겸손의 태도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무엇보다, 교회도 학교도 인간의 영광이 아닌 하나님의 영광을 구한다는 인간의 제일 되는 목적을 기억하며 허락하신 시간 속에서 주어진 분량과 몫으로 순종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학교로 돌아와서 계속하여 샘물학교 되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샘물학교 되기의 담론을 통하여 우리 안에서 이야기되는 내러티브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학교,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학교, 결국 하나님께 영광이 되는 학교이다. 그렇다면, 이런 학교를 만들기 위한 방식은 어떠해야 할까? 나의 생각을 몇 가지만 제안해 본다. 첫째, 우리의 마음과 말에서부터 감사를 시작하자. 우리가 얼마나 학교에 충성을 했고 열심을 냈고 희생을 했다는 자신의 의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에 기독교 학교를 향한 소망을 불러주시고 이곳에 함께 모아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으면 한다. 우리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학교를 지켜주시고 보호해 주시고 기독교적 삶을 실천할 공간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자. 둘째, 감사한 자들의 구체적인 반응이 필요하겠다. 그 반응은 우리가 이곳에서 행하는 교육적 활동 모두가 포함될 것이다. 특별히 샘물학교 되기를 이야기하면서 우리 안에서 교육의 실체를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이야기되는 모델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겠다. , 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을 생각해보고, 성경의 기준에서 사유하며 성찰하면서 우리 삶에 교육의 실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요구된다. 예를 들면, 혼돈된 세상에서 말씀의 기준을 가지고 자녀를 키운다는 실체, 부모가 자녀 양육의 일차적 책임을 진다는 실체, 교사가 하나님의 부르심의 권위를 가지고 학생들을 교육한다는 실체, 사교육을 하지 않고 배움의 주도성을 갖는 교육의 실체, 세상의 놀이와 문화, 미디어에 대안을 제시한다는 실체 등에 관한 우리가 이곳에서 하는 모든 교육적 활동들이다. 우리의 교육적 이념과 비전들이 구호로만, 문서로만, 학교 안에 떠돌아다니는 막연함으로만 남아있지 않아야 한다. 교실에서 가정에서 끊임없이 구체화 되고 실제화 되는 노력을 하면 좋겠다. 무엇보다 노력을 우리 힘만으로 할 수 없으니 겸손히 하나님께 은혜를 구하는 자세를 견지해보자. 셋째, 하나님의 약속을 믿으며 결과에 대한 기다림의 자세를 가져보자. 우리가 수고하고 애를 쓰지만 그 결과는 우리에게 있지 않다. 다만 우리가 하나님의 약속을 붙들고 하나님께 은혜를 구할 뿐이다. 우리의 자녀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며 성경적 가치와 삶을 실천하게 하는 것이 생명의 일이라는 그 말씀을 붙들고, 이 길을 계속 걷는 것이다.
 
 [칼빈, 우리의 오마쥬
 
  칼빈 목사님이 교회개혁을 해 가면서, 자신이 하는 일이 교회사에 길이 남을 엄청난 일이 될 것임을 인식하면서 했을까?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묵묵히 진리를 사수하는 방식으로 하나님이 주시는 진리의 열정으로 그 때 그 때마다 순종해 갔을 것이다. 우리 또한 그런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다음 세대를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분량의 몫을 하루하루 감당해 보았으면 한다. 우리의 하루하루의 순종과 삶을 분명한 열매로 주의 시간 속에 맺게 하실 것이다.
우리의 샘물학교 되기! 이미 시작되었고 아직 진행 중에 있다.
 
 
 
p.s) 성약출판사에 나온 이 사람 존 칼빈을 권합니다. 우리 자녀들이 읽기에는 양이 많을 수 있겠지만, 부모님이 매일 조금씩 읽어준다면 거뜬히 이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밖에서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면서 많은 행사들도 있지만, 각 가정에서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억하며 의미를 되새기는 방법으로 이 책을 자녀들과 함께 읽기를 권장합니다. 500년 전 존 칼빈 목사님의 삶을 통해 2017년을 살고 있는 우리는 잔잔한 도전과 뭉클함을 선물로 받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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